신학철

SHIN Hak-Chul


1. 신학철의 그림은 편하지 않다. 풍경이나 풍물의 서정 묘사로 만만한 눈요기를 제공하는 것도 아니고 감각 말단을 간지럽히는 달달한 추상감성을 주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절묘하게 해독되는 알레고리의 깊은 미감이 똑 부러지게 드러난다고도 생각지 않는다. 딱딱하기 그지없는 피부를 강제로 만지게 해서 촉각적 한기를 느끼도록 강요하는 듯한 이미지들이다. 그런데 그의 그림에는 눈길을 머물게 하는 무엇이 있다. 신학철 그림은 지금까지 많은 비평담론을 쏟아낸 이른바 센세이셔널의 중심에 있다. 그 중에서 다수의  평자들이 그의 그림을 민중적 정서를 대변하는 그림으로 평가한다. 그 논평들은 그의 작품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민중미술은 우리나라의 자생적 미술흐름의 하나였고 괄목할 만한 담론을 제공해주었다. 미술에 대한 미학(주의)적 판단이 절대방법론이 아니라 사회학적, 인류학적, 기호학적 판단 등의 가능성을 열어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아쉽다. 민중미술이 ‘미술’이라는 경계 내에서 어떤 가치를 획득할만한 비평적 논지는 부족했다는 생각이다.

3. 필자는 신학철의 그림이 우리의 시간과 공간에 대한 풍경화라는 생각을 해 본다. 시간과 공간을 역사와 사회로 바꾸어도 무방할 것이다. 그리고 언급한 풍경화는 장르화로써의 풍경화가 아니라 은유적 용법으로서의 풍경화다. 결국 그의 이미지와 그가 만든 ‘몸’은 우리의 몸을 불러내 상대성을 부여 하지만 종국적으로 자기 지시적, 아니 우리 집단 지시적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주로 1980년대와 90년대의 우리사회에 대한 사생(寫生)이다. 8,90년대 우리의 사회는 그야말로 격동기였다. 그것에 대한 작가의 경험과 관찰은 고발적이면서 자기 반성적이다. 그 주섬주섬 경험한 시대적 편린들은 사회의 부조리와 반복, 그것의 과잉을 목격했을 것이고 그 거대한 실체, 이른바 불구적이고 도발적인 괴물을 보았으리라. 특히 자본폭력에 의해 자행되는 다양한 분열적 광경들을 보며 그는 토해냈다. 그래서 그의 그림이 어떤 특정 계급의 특정 이데올로기를 지시한다고 하기에는 어딘지 모르게 무리가 있다. 그래서 민중적 계급의식이나 운동성, 참여성으로 정의하기에는 너무나 자기 주관적 증상들로 관념화시킨다.
시인 박노해가 ‘노동의 새벽’이라는 시로부터 ‘서노련(서울노동운동연합) 기관지’나 ‘노동해방문학’등을 통해 글을 발표하면서 소위 박노해 신드롬을 만들었을 때, “어떤 노동자가 쓴 노동문학의 정수”라 평했었다. 하지만 ‘노동의 새벽’만 보더라도 “(그것은 마치) 시라기보다는 차라리 짓눌린 노동자의 절규였으며 분노 였다”라는 평(20세기 이야기-1980년대 301~302 쪽 참조)에 동의한다. 그것은 어떤 행동양식이라기보다는 박노해의 증상에 가깝다. 박노해의 문학을 노동문학으로 정의하기 전에 ‘박노해’라는 한사람의 ‘몸(마음)’의 컨디션에 주목해야 한다. 그 몸은 하나의 기표이자 기의다. 신학철이 생산한 ‘몸’이 바로 그런 몸이 아닐까?

이성적(理性的) 완전체에 대한 욕망 중 발췌, 김영준(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사)

신학철
1943 년생, 경상북도 김천 출생

학력사항
1968 홍익대학교 회화과 학사 졸업, 서울, 한국

주요 개인전
2014 한국현대미술 화제의 작가 신학철, 김해문화의전당, 김해, 한국
2008 신학철 개인전, 갤러리 눈, 서울, 한국
2003 우리가 만든 거대한 상(像), 아르코미술관, 서울, 한국
1991 신학철 개인전, 학고재 갤러리, 서울, 한국
1987 신학철 초대전, 온다라미술관, 전주, 한국
1982 신학철 초대전, 서울미술관, 서울, 한국

주요 단체전
2016 신학철-팡리쥔: 기념비적 몸의 풍경, 학고재갤러리, 서울, 한국
아주 공적인 아주 사적인,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한국
사회 속 미술 – 행복의 나라,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한국
2015 광복 70주년 한국근현대미술 특별전, 대전시립미술관, 대전, 한국
1980년대와 한국미술, 전북도립미술관, 완주, 한국
2014 신학철 박불똥의 현대사 몽타주, 금나래아트홀, 서울, 한국
한국현대미술의 흐름 Ⅶ – 리얼리즘, 김해문화의전당, 김해, 한국
인디프레스 서울 개관 기념전, 인디프레스 갤러리, 서울, 한국
2013  장면의 재구성#1,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한국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개관 기념전,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한국
사람아 사람아 – 신학철·안창홍의 그림 서민사(庶民史), 경기도미술관, 안산, 한국
2012 두 개의 문 – 신학철·김기라, 갤러리 175, 서울, 한국
2011 코리안 랩소디 – 역사와 기억의 몽타주, 삼성미술관 리움, 서울, 한국
2010 춘추, 학고재 갤러리, 서울, 한국
분단미술: 눈위에 핀 꽃, 대전시립미술관, 대전, 한국
한국현대미술의 흐름 III – 팝아트, 김해문화의전당, 김해, 한국
 아시아 리얼리즘,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한국

 

 

 

KOREA TOMORROW 2017

Artists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