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 Korea Tomorrow 2017

코리아 투모로우 2017

‘TOMORROW’ 의 today는?

김금희 코리아 투모로우 대회장

2017년은 아트 바젤, 베니스 비엔날레, 카셀 도큐멘타, 뮌스터 조각프로젝트등 4개의 역사 깊은 미술행사가 중첩되어 볼거리가 많고, 축제 같은 해입니다. 반면 한국은 작년의 촛불 시위 끝에 좀 편안한 정국을 기대했건만, 드세어지는 중국의 사드 보복, 북한의 핵 도발 등으로 편안할 날이 없이 국내 시장 정서는 아주 불안합니다. 정치나 사회 현상적인 외부요인도 심각하지만, 9년 차 세월의 무게까지 더해져 올해도 코리아 투모로우를 준비하는 마음은 결코 가볍지 않습니다.

코리아 투모로우는 한국 미술의 지평을 확장하고 그 수요의 크기와 영역을 글로벌 시장으로 넓히는 일, 생산자/수요자 등 모든 관련자의 관심을 모아 한국 현대미술 시장에 대한 새로운 방향 제시를 해 보고자 시작되었습니다. 2009년의 어설픈 시작이래 지금까지 대과 없이 유지해 온 것만으로 막연하고 추상적 행복감에 안위하고 있지는 않았나, 매회 성실하고 합당한 노력을 제대로 해왔는가 자문해봅니다. 우리 자신은 어디까지 왔고, 지금은 어디 있는지 좌표를 다시 한 번 점검해서 새로운 각오를 다짐해 볼 때인 듯싶습니다.

늘 새로운 시도의 기획을 하고 참신한 시각을 제시하려고 했지만, 성장이란 목표 때문에 오히려 우리만의 차별성이 퇴색된 것은 아닌가 반성도 해봅니다.

그래도 1년에 한번 씩 치르는 연례행사로 자동적인 의례가 아닌, 나름의 최선을 다해 왔다고는 생각합니다. 그런데 만약 우리의 노력이 그러했다면, 그 결과와 소득은 합당했는가?는 아직 확언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역시 더 큰 노력 후에야, 긴 호흡으로 기대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매년 새로운 작가분들을 모시고 신인이나 중견, 원로 작가분들 모두 각각의 다른 새로운 가능성을 조명하고자 고민을 하면서도 늘 아쉬움을 느낀 부분이 그 결과를 공유하고 재포장하여 글로벌 시장에 데이터로 배포, 저장시키는 일이었습니다. 이를 위해서도, 또한 미술생태계의 건강한 발전과 확산을 위해서도, 생산자인 작가 못지않게 비평가의 역할과 그 힘이 반드시 필요한 것 같습니다. 하여, 수년간의 노력 끝에 너무나 감사하게도 뜻있는 기업의 도움을 받아 비평가와 작가를 동시에 주목할 수 있는 출판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 출판 프로젝트를 기점으로 해외 유수 미술기관이나 학교 등에 한국 미술에 대한 기록물을 남기고, 우리 미술에 대한 좀 더 적극적인 관심을 유도하게 된 것이 그 규모의 시작은 작지만 의미 있는 성과인 것 같습니다. 또한 올해 10월, 스위스의 초대를 받아 그 간 코리아 투모로우에 참여해온 작가들의 작품들로 전시를 기획하게 되어 우리가 꿈꾸던 형태의  글로벌 시장 진출의 단초가 된 것 같아 또 다른 긍지와 보람을 느낍니다.

올해도 세계가 조명할만한 한국 미술의 또 다른 매력은 무엇이고 어떤 모습일까를 고민하여 “해석된 풍경” 이란 전시를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총 기획을 기꺼이 맡아 수고해주신 윤범모 선생님과 한 분 한 분 모시기 어려운 훌륭하고 무게감 있으신 작가 선생님들의 참여로 지난 9년간의 노력이 보상받는 것 같아 너무나 감사하고 행복합니다.

코리아 투모로우에 멋진 공간을 허락해주신 성곡 미술관의 지원과 애정에도 인사드리며, 본 전시를 늘 사랑해주시고 찾아주시는 관람객들께도 깊은 감사의 말씀을 전해드리고 싶습니다. 아직도 부족한 부분에 대한 우리의 노력은 계속될 것을 약속드리며, 좀 더 나은 모습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응원과 충고의 말씀을 부탁드립니다.

‘풀’ 그리고 ‘바람’

홍소미 코리아 투모로우 사무국장

풍경을 온전하게 감상하기 위해서는 일정 이상의 물리적인 ‘거리’가 필요하다. 나무가 아닌 숲이 보이기 시작하는 거리, 물방울이 아닌 그것들이 모인 강줄기와 거대한 폭포가 보이기 시작하는 거리, 한 사람이 아닌 사람들과 사람들의 관계가 보이기 시작하는 거리. 이런 최소한의 ‘거리’를 위해 뒤로 물러나서 바라봐야 비로소 온전한 풍경이 만들어진다. 그리고 그 풍경이 단순히 특정 시대의 한 장면을 넘어, 연속된 시대정신을 반영한 이야기의 축적이라면 일정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 특정한 장면과 순간, 인물에 몰입되지 않고 비판적인 자세를 취하는 ‘소격효과’가 이루어지기 위한 심리적인 거리두기가 필요하다.

올해로 9회를 맞이하는 ‘코리아 투모로우’의 전시 ‘해석된 풍경’을 준비하면서 이 3가지 키워드가 머릿속에서  교차하였다. 그리고 그 세 가지 축이 만들어낸 가상의 공간 속에서 축의 중심부에 위치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풍경과 축의 중심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어두운 주변, 구석, 경계 위에서 벌어지는 희미한 풍경까지 상상해 보았다. 자연스럽게 그 희미한 주변부의 풍경이 궁금해졌다. 아마도 그 어둡고 희미한 주변부의 풍경 속에서 벌어지는 사람들의 삶의 몸부림에서 배어 나온 눈물과 땀 냄새가 더 진실에 가까울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공간, 시간, 사람이 교차하며 만들어낸 풍경을 우리는 ‘현실’이라고 부른다. 이들의 교집합인 현실은 사건, 사고, 비극, 드라마가 만들어지는 토대가 된다. 역사 이래 예술은 현실을 반영하는 거울, 혹은 현실이 외면하는 어두운 구석까지도 반추하는 빛과 같은 역할을 해왔다. 현실에 대한 저항과 비판이야말로 예술이 예술로서 존재하게 하는 가장 큰 힘이다. 작고한 시인 김수영이 남긴 마지막 시 <풀>에서 묘사된 풀과 바람의 관계처럼 예술은 시대의 바람에 따라 눕고 일어서기를 반복해 왔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담금질된 풀의 유연한 저항은 ‘춤추고 있는 풀’의 모습처럼 결고 부러지지 않는 일종의 춤사위로 승화되었다. 김수영 시인이 묘사한 ‘풀’과 ‘바람’의 아날로지는 ‘저항’ 속에서 비로소 ‘생명’을 발견하는 인류의 역사를 상징한다.

그래서 전시 ‘해석된 풍경’은 ‘풀’과 ‘바람’의 사회적, 정치적 관계 때문에 그동안 보지 못한 “풀 자체의 몸짓(춤)”을 들여다보며 그 속에 내포된 고유한 미학을 발견하고자 한다. 현실에 저항하는 미술 본연의 정신은 어떤 형식으로 스스로의 미학을 발전시켜 온 것인지 되돌아 보고, 또한 앞으로 전개될 리얼리즘 미술의 향방을 전망해 볼 수 있는 전시를 만들고자 했다.  그러나 현실과 진실은 앞서 이야기한 세 가지의  축으로 설명하기에는 너무 복잡한 어떤 것이며, 김수영의 ‘풀’과 ‘바람’의 아날로지처럼 함축적이지 않다는 것도 잘 알고 있다. 이제는 현실참여라는 정치 구호를 넘어서 시대와 국경을 뛰어넘어 보편적인 울림을 줄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저항의 미학을 그려가야 할 때이다. 역사적 의미를 뒤로하고 내일을 위해 앞으로 한 걸음 또 한 걸음 걸어가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오늘의 풍경에 희망을 걸어본다. 그것이 차가운 현실 속에서 예술이 그려낼 수 있는 의미 있는 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