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장섭
SON Jangsup
손장섭에게 자연은 민중의 삶과 역사와 분리되어 나타나지 않는다. 이 둘의 관계를 이해하는 방식에서 손장섭의 2000년대 작품은 중요한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1980년대에 자연은 민중의 삶의 터전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과 민중은 서로 유기적 관계 속에서 표현되었다. 그러나 2000년대 작품들에서 자연은 민중의 삶의 배경이 아니라 민중 자체와 동일화된다. 그렇기 때문에 거기에서 소위 민중의 삶을 직접적으로 지시하는 요소들은 거의 사라지고 나타나지 않는다. 그 자연이 곧 민중이기 때문이다. 요컨대, 민중을 이해하는 작가 손장섭의 시선은 자연을 바라보고 그리는 시선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나무와 풍경을 통해 그려지는 민중은 어떠한 것인가? 1980년대 역사화 연작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민중은 억압받고 고통받는 존재로 등장하지 않는다. 또한 그 억압에 저항하는 전투적 모습으로도 나타나지 않는다. 오히려 손장섭이 그리고 있는 저 나무들과 산들처럼 민중은 침묵 속에 있는 존재이다. 그러나 이 침묵은 어떤 무능력이나 수동성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반대로, 그 어떤 저항보다도 강력한 저항, 그 어떤 능동적인 행위보다 더 능동적인 존재로 나타난다. 요란하지도 않고 아우성치지도 않지만 500년을 넘게 한 자리에서 자신을 지키며 존재하는 저 나무들, 그것은 역사와 삶의 주체인 민중의 모습 자체인 것이다. 손장섭은 저 나무들과 자연 풍경 속에서 민중이 자연과 함께 가지고 있는 이 생명력과 힘을 포착해낸다. 이 근원적 힘은 고요하지만 역동적이다. 작가 손장섭은 여기에서 어떤 정신적인 숭고함을 보고 있는 것이다.
유해종 “역사, 그 물질적 흔적으로서의 회화: 손장섭의 2000년대의 회화” 에서 발췌
손장섭
1941 년생, 전라남도 완도군 출생
학력사항
1963 홍익대학교 서양화과 미술학 학사 (중퇴), 서울, 한국
주요 개인전
2017 손장섭: 역사, 그 물질적 흔적으로서의 회화, 학고재갤러리, 서울, 한국
2012 관훈갤러리, 서울, 한국
2009 손장섭의 삶과 산야, 겸재정선기념관, 서울, 한국
2005 포스코갤러리, 포항, 한국
2003 금호미술관, 서울, 한국
1999 제10회 이중섭 미술상 수상 기념전, 조선일보미술관, 서울, 한국
1998 역사와 삶의 풍경, 금호미술관, 서울, 한국
1995 큰 나무, 일민문화관, 서울; 스페이스 샘터, 서울, 한국
1981 그로리치화랑, 서울; 남경화랑, 광주, 한국
1978 신문회관, 서울, 한국
주요 단체전
2016 사회 속 미술 – 행복의 나라, 서울시립미술관, 서울, 한국
2013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OCI미술관, 서울, 한국
2011 코리안 랩소디: 역사와 기억의 몽타주, 삼성미술관 리움, 서울, 한국
2004 한국모더니즘 – 시선과 교차의 혼성, 금호미술관, 서울, 한국
2004 평화선언 2004 세계100인 미술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한국
2002 역사와 의식, 독도진경, 서울대학교 박물관, 서울, 한국
1999 한국미술 99 – 인간, 자연, 사물,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한국
1996 한국대표시인 주제미술, 학고재갤러리, 서울, 한국
1994 민중미술 15년: 1980~1994,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한국
1992 90년대 우리미술의 단면, 학고재갤러리, 서울; 현화랑, 서울; 갤러리 상문당, 서울; 가람화랑, 서울, 한국